의자에 200만원을 태워?
말이 안되는 짓거리라고 생각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 되던 코로나 초입에 나는
의자계의 에르메스니 뭐니 하는 이 허먼밀러 뉴에어론 라이트플러스 B사이즈를 써드파티 헤드레스트와 함께 구입했다.
그러나, 이 의자는 나에게 딱 이거다 하는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이 의자는 사려면 풀옵션을 사야 한다.
나처럼 괜히 어줍잖게 라이트플러스 같은 옵션 빼기를 시도하면 돈값을 못한다.
홈페이지에는 180의 키면 B사이즈가 적절하다고 되어 있는데 이상하게 조금 작은 느낌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집중할 때 양반다리를 하는 버릇이 있는 나에게 이 의자의 좌판은 괴로움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는 15만원짜리 써드파티 헤드레스트 때문이었는데
모양은 뭔가 일체감이 있고 멋지다. 머리가 아닌 목 부분에 딱 맞게 맞추면 뭔가 거북목이 치료되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이건 뭐 내가 설정해 놓은 높이에 가만히 계시는 법이 없이 맨날 흘러내린다.
이런 개 똥 같은 헤드레스트에 15만원을 받아 쳐먹어? 어휴... 허먼밀러가 명품이라고 비슷한 소재로 만들면 지네도 명품인 줄 아나보다.
암튼 결국 2년 반을 허먼밀러로 재택근무를 열심히 하였으나,
이제 재택근무 비율도 줄어들었고(회사가 출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님, 내가 술을 먹기 위해 회사를 찾아가는 것임)
블로그질이나 취미생활 할 때 양반다리가 너무너무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허먼밀러를 당근해버리기로 함.
허먼밀러는 바른 자세로 주구장창 앉아있을 자신이 있는
모태의자남녀들에게나 의미가 있는 제품이라 이거지 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구매한 의자는 이케아 예르브피엘레트이다.
얼마전 이케아 라이브를 통해 받게 된 쿠폰 코드를 써서 22만3천원에 구매했다.
비싼 의자를 당근해 버렸으니 이 의자도 당근하려 했으나
우리 동네 당근에 있는 예르브피엘레트는 모두 천으로 된 제품이었다.
지금은 좌판과 헤드레스트가 가죽(설마 진짜 가죽이겠어? 레자... 아니 비건레더겠지?)으로 나오기 때문에
새 것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일단 몇 일 앉아서 취미생활을 해 본 결과,
느낀 장점은...
1. 아, 양반다리 너무 좋아. 그리고, 이건 키 큰 또는 앉은 키가 큰 사람을 위한 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무식하게 솟은 등받이도 그렇지만, 헤드레스트 위치를 가장 낮게 두어도 177cm 이하에게는 안 맞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키가 애매하다면 반드시 매장에서 앉아보고 구매하시기 바란다.
2. 풀옵션 의자라 훌륭하다. 옵션 빠진 허먼밀러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좌판 위치 조정이나 포워드틸팅(보통 의자보다 등받이가 앞으로 5도 정도 더 숙여지는 기능) 같은 기능이 너무 좋은데, 특히 포워드틸팅의 경우 이러나 저러나 앞쪽으로 자세가 쏠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경우에도 허리를 받쳐주는 효과가 있어 좋다.
3. 저 무식하게 큰 헤드레스트가 의외로 정말 편안하다. 개인적으로는 저 헤드레스트의 위치도 허먼 밀러의 써드파티 헤드레스트처럼 목에 가운데 부분이 오게 하는 것이 제일 좋다. 뒷통수 한 가운데 저 헤드레스트의 가운데 부분을 맞추면 뭔가 헤드레스트가 내 머리를 밀어내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되니까. 또한 허먼밀러의 헤드레스트는 오버이어 헤드폰을 끼면 걸리적 거렸는데, 얜 머리를 굳이 헤드레스트에 대고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지 않는 이상 걸리적 거리지 않는다.
반면 단점은...
1. 바퀴를 뭐하러 자리에 안 앉아 있을 때 안 굴러가게 만든거냐. 아니 뭐, 의자를 비탈길에 세워둘 것도 아니고 청소할 때 이걸 강제로 힘을 줘 밀어야 하는데... 어떤 부분이 안전과 관련있는 지 1도 모르겠다.
2. 팔걸이를 이용할 일은 거의 없으나, 허먼밀러의 두툼하고 푹신한 팔걸이를 쓰다가 이 볼품없고 딱딱한 팔걸이를 맞이하면 자괴감이... 아니 뭐 자괴감까지는 아니고,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근데, 뭐 팔걸이 자체가 필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고, 왠지 저 팔걸이 부분에 씌울 수 있는 푹신한 무엇인가를 누군가 만들어 팔 것 같은 느낌도 없진 않네 ㅎㅎㅎ
무게 자체는 엄청나다는 느낌. 조립은 생각보단 어렵지 않았다. 매트 깔린 바닥에서 하면 되는데 시간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손이 빠른 사람이라면 20분 내로 조립 가능하다는 느낌.
암튼 꽤 괜찮은 의자를 적절한 가격에 구했다고 생각되서 너무 좋다.
(허먼밀러 감가로 날린 돈은 생각지 않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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